배우자와의 혼인 관계를 정리하며 재산분할을 논할 때, 대다수의 의뢰인은 당장 눈에 보이는 아파트, 예금 계좌, 자동차 등에 집중하곤 합니다.
그러나 직장인 부부 혹은 공무원이나 군인 배우자를 둔 경우,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자칫 놓치기 쉬운 핵심 자산이 존재합니다.
바로 퇴직금과 퇴직연금입니다.
많은 이들이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는 배우자의 퇴직금을 두고, "퇴직하려면 한참 남았는데 지금 이혼하면서 미리 달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회사를 그만두어야만 비로소 지급되는 불확실한 돈을, 당장 혼인 관계를 청산하는 현시점에 나누어 달라는 요구가 법적으로 타당한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명확히 말씀드리면, 배우자가 아직 퇴직하지 않았더라도 장래에 받을 퇴직금은 이혼할 때 미리 재산분할로서 정산받을 수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단
과거 우리 법원의 태도는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법원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 액수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면,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당장 나눌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저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참작하는 '기타 사정'으로만 다루었을 뿐입니다. 이로 인해 분할할 다른 재산이 없거나 상대방의 직장 생활 기간이 길어 퇴직금 비중이 절대적인 부부의 경우,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리적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해묵은 관행을 깨고 획기적인 판례의 전환을 이루어냈습니다.
재판부는 퇴직급여가 단순히 미래에 생길 수입이 아니라, 그동안 성실하게 근무한 공로에 대한 보상이자 임금의 후불적 성격을 지닌 자산이라고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즉, 배우자가 직장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까지 상대방 배우자의 내조와 협력이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퇴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재산분할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인 공평에 반하며 부당하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장래 퇴직금의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법리
장래 발생할 퇴직금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가치 평가할 것인가는 매우 정교한 계산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법원은 이를 판단하기 위해 혼인 관계가 실질적으로 종료된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통상적으로는 이혼 소송을 제기한 시점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의 경위에 따라 별거 시점 등을 실질적인 파탄 시점으로 보아 퇴직금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즉, 퇴직금도 다른 금융 재산과 마찬가지로 혼인 관계가 해소되는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그 가치를 산정하게 됩니다.
핵심 법리 산정 공식
재판부는 파탄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당시 배우자가 퇴직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해약환급금 상당액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산정합니다.
즉, 파탄 시점에 배우자가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가정했을 때 수령 가능한 퇴직금 액수를 계산하여 이를 공동재산에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유는 혼인 파탄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기간에도 퇴직금 총액이 계속 변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사실조회 신청 절차를 통해 배우자가 근무하는 기관에 해당 시점 기준의 퇴직급여를 확인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산 가치를 명확하게 확정합니다.
이미 퇴직한 경우와 매월 받는 연금의 분할 방식
그렇다면 이미 퇴직하여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거나, 매월 공무원연금·군인연금·국민연금 등을 정기적으로 지급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미 일시금으로 받아 보관 중인 퇴직금은 당연히 일반 예금이나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재산분할 대상이 됩니다.
문제는 매달 일정액으로 나오는 퇴직연금입니다.
대법원은 비록 연금을 받는 당사자가 앞으로 얼마나 살지 수명은 확정할 수 없더라도, 이 역시 부부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므로 분할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연금을 나누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이혼 소송 과정에서 장래 예상 수급액을 일정한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대라를 정한 뒤, 다른 일반 재산(부동산 등)을 넘겨받을 때 합산하여 정산하는 방식입니다. 2.공무원연금법 등 특별법에 규정된 '분할연금제도'를 활용하여, 이혼 후 상대방이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공단으로부터 직접 자신의 분할 비율만큼 원천징수 형태로 매달 지급받는 방식입니다. |
단, 이는 혼인 기간이 최소 5년 이상 유지되는 등 각 법률이 정한 세부 요건을 충족해야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내 몫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조언
장래의 퇴직금과 연금은 이혼 소송에서 대단히 큰 비용적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법적 준비가 없으면 놓치기 쉬운 영역입니다.
상대방이 퇴직금 제도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 근무한다거나, 혹은 퇴직연금 강제 가입자가 아니라는 식의 거짓 주장을 펼칠 때 이를 논리적으로 박살 내기 위해서는 소송 초기부터 신속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과 사실조회 신청을 통해 객관적인 자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간혹 배우자가 이혼 소송 중에 퇴직금을 미리 중간정산 받아 소비해 버리거나, 은닉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예상 퇴직급여 채권에 대해 미리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신청하여 법적으로 묶어두는 방어벽을 세우는 것이 안전합니다.
배우자의 퇴직금 형성에 기여한 당신의 세월과 헌신은 법적으로 뚜렷하게 인정받아야 마땅한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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